거대한 페이스트리처럼 넉넉한
지난 과거를 돌이켜볼 때 선명하게 기억되는 순간이 몇 있다. 이를테면 유년 시절과의 영원한 작별을 마주하게 되는 때. 그런 시퀀스가 갑작스레 펼쳐질 땐 유독 강렬한 감정들이 동시에 찾아든다. 수치심과 죄의식 같은,…
우리 그냥 다 같이 죽어버리면 멸망을 볼 일이 없겠지만
가끔은 구겨진 채로 잠드는 게 좋다. 반듯이 눕는 게 버거운 날이 있다. 비뚤어지지 않도록, 자꾸 긴장해서 온몸이 빳빳해지는 날. 그런 날이면 좁은 소파에 몸을 구겨 넣는다. 그래서 이제 좀 덜하게…
『만질 수 있는 생각』 & 『다르덴 형제』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아동 문학상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은 이수지 작가의 에세이. 한국과 영국에서 회화와 북아트를 공부하고 이후 그림책 세계에 빠져 그림책 작가로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도전과 여정을 담고…
스파이 읽기, 스파이 일기
소설 『동조자』는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스파이, 고정간첩, CIA 비밀 요원, 두 얼굴의 남자입니다. 아마 그리 놀랄 일도 아니겠지만, 두 마음의 남자이기도 합니다. 만화책이나 공포 영화에 흔히 나오는, 편견에 시달리는 돌연변이…
나에게는 아무에게도 들려주지 않는 플레이리스트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다른 사람과 함께 듣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 불편하다. 특히 달리는 차 안에서는 더더욱. 내 음악 취향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평가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분명 혼자 들을 땐 한음…
『월간 십육일』 & 『쳇 베이커』
⟪월간 십육일⟫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4·16 재단에서 엮어낸 에세이집이다. 재단은 2020년부터 매월 16일마다 홈페이지를 통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월간 십육일>를 연재해왔으며, 2024년 봄 참사 10주기를…
조연호 “듣는 동안 각자의 경험을 떠올려보시면 좋겠습니다.”
2024 [월간 윤종신] 3월호 ‘음(mm)’에 참여한 조연호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 2023년 5월호 ‘대인관계‘에 이은 두 번째 참여입니다. 다시 한번 [월간 윤종신]에 참여하게 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저에게 [월간 윤종신] 참여는…
불가해한 모든 것들로부터
지난해 봄, 내게는 가장 소중한 가족이었던 고양이 밍가를 떠나보냈다. 밍가와 나는 십 년을 함께 살았다. 밍가는 습관적으로 구토를 자주 한다는 것 빼고는 딱히 지병이랄 게 없는 고양이었다. 죽기 몇 달…